- 24년 1월 1일의 검단산에서
회고란 모름지기 한 해를 돌아보며 연말에 쓰기 마련인데 1월 말이 되서야 글을 써본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과 큰 이벤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이직
2023년 가장 큰 키워드는 역시 이직이다. 2년 반 남짓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 다른 둥지를 틀게 되었다. 얼어붙은 IT 업계의 채용시장과 연이은 동료들의 퇴사, 독서실을 끊어 퇴근 후 새벽까지 남아 스터디를 하던 시간까지, 견뎌내야 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니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연말이 되기 전 많은 축하를 받으며 귀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직을 결심하며 회사를 정하는 기준을 구체화 해본 계기도 되었다. 나에게는 뚜렷한 2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서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팀워크를 가진 회사이다.
여러 방면에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일단 기술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곳을 찾았다. 나는 안드로이드 파트에서 혼자 3개의 플랫폼을 맡아 서비스를 책임지며 운영했었다. 그러다보니 신입때부터 혼자 성장하며 작고 큰 문제점들을 만나 해결해왔는데 언젠가부터 같이 이러한 고민들을 깊게 나누기도 하며 서비스를 더 잘 성장시킬 동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직무는 다르지만 회사가 정한 목표와 방향을 향해 같이 달릴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 또한 나에겐 크나큰 동력일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모든 것은 겪은 경험으로부터 기준점이 생긴다. 지금 나에게 기억이 나는 동료들이 몇 있는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라도 도피하지 않고 함께 해쳐나갔던 동료들이다. 그런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진 동료들이 떠오른다.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적인 트러블이 발생했더라도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대한 해결지어보려는 태도들을 높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일을 해내어가는 집중력과 태도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했을 때 성과를 냈던 경험은 이력서를 쓸 때나 또는 전 직장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도 큰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혼자가 아닌 그러한 동료들과 함께 몰입하여 업무를 진행해 나갔을 때 나온 결과물들이었다. 업무를 하는 방식과 성격들은 제 각각이었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귀감이 될 만한면들을 본능적으로 계속 관찰했던 것 같다. 그런 동료들 한 명 한 명을 보며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또한 과연 그런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이랑 같이 일하고 싶지? 에 대해 좋은 말, 막연한 생각만 들었던 것 같은데 점차 연차가 쌓여가고 여러 동료들과 일을 해내어 가면서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료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다음 이직할 곳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작은 회사지만 작지 않은 서비스들을 운영해보며 회사를 키우는 경험을 해봤으니 그 다음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 명확한 비전과 자신들이 만든 일하는 방식이 있는 회사에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동대문 시장이라는 특수한 비즈니스를 경험했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싶었다.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것, 그리고 서비스 개발자가 되고 싶은 나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이 또한 나에겐 훌륭한 두 번째 이유가 되었다. 또한 개발을 잘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너무나도 별개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처리할까? 그들이 만든 일하는 방식대로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나 또한 한 일잘러라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을까? 라는 반문도 했던 것 같다. 일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성장의 욕구가 컸던 것 같다.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회사라면 내가 함께하고 싶은 회사라고 생각했고 현재 이직한 곳은 회사의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과 개발적인 능력을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회사에 잘 맞을 사람인지 요리조리 살펴보겠지만 나 또한 나랑 핏이 잘 맞을 회사인가? 를 생각하며 이직을 준비했다. 채용하는 쪽에서 마음에 드는 지원자들이 잘 없다고 하지만 지원자들 또한 자신과 맞는 회사, 좋은 회사를 찾는 건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회사는 총 세 번의 면접을 보았는데 단계를 지날수록 '이 회사 나랑 정말 잘 맞을 것 같다' 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면접 경험이 굉장히 좋았고, 나의 진심을 알아주듯 회사도 나를 동료로 반겨주는 느낌을 주어 합류하는 과정 또한 좋은 기억이다. 함께 하고 싶은 동료, 원하는 동료의 핏과 잘 맞지 않았나 싶었고 입사 후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같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잘 다니고 있는 중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사이드 프로젝트는 따로 글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간단하게 작성해본다. 유저가 마신 술을 기록하는 것이 메인 서비스이고, 23년 6월쯤 처음 출시를 했다. 아직 본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자연유입이 꽤 괜찮다. 24년 1월기준 유저수 500명, 기록수 4000개를 기록했다. 6개월만에 이룬 결과이다. (25년 1월이 되어 다시 이 회고글을 보고 있는데 유저수가 2000명이 넘었다 ✌️)
초기멤버 5명의 팀원들이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것이 우리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싶다. 현재 메인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여 개편 예정이다.
하고싶은 서비스를 만들고자하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성격상 각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는지 align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나는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해보고 싶은 기술을 도입해서 이것저것 다뤄보고 싶은 것이 컸다. 그래서 기획 회의때는 최소한의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기술 스터디에 더욱 시간을 쏟았다. 반대로 서비스 고도화, 더 나아가 비즈니스로 엮는 것까지 관심을 가진 팀원분들도 있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자가 프로젝트에 임하는 온도 또한 계속하여 달라지는데 온도가 높은 사람, 즉 서비스를 더욱 끌어갈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많이주고 따르는 경우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프로젝트를 계속 지속할 수 있었다. 애자일한 협업방식은 쉬우면서도 그 적절한 정도를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추상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 빠르게 목표 변경을 하고 테스크를 완성하는 이러한 사이클을 반복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더욱 짜임새있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얻은 건 Jetpack Compose 선언형 UI로 개발해보았다는 점이다. iOS 진영에서도 SwiftUI가 예전부터 선행되었고, Compose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항상 핫한 주제였다. 전 회사에서도 full native 서비스였던 앱에서 Compose 를 도입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관련 세미나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도입해볼만큼 매력적이었지만 리소스의 문제와 같은 내부적인 이유도 고려했어야 했기에 도입은 하지 못했었다. 나는 React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언형 UI로 개발을 했었는데 오히려 안드로이드의 xml 기반 레이아웃 코드를 처음 접했을 때 생소한 방식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관심있었던 기술을 직접 적용해보자는 목표로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가장 비중을 크게 잡고 진행했었다.
두번째로, 나는 아키텍쳐에 관심이 많은데 대단한 클린 아키텍쳐를 만들어보겠다는 정석적인 아키텍쳐를 짜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클린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레이어간의 완전한 분리를 목표로 멀티 모듈로 모듈을 나누었고 각 모듈을 이어줄 mapper의 기능들을 짜놓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다보니 빠른 피쳐 배포와 빠른 개발속도를 모두 잡을 수 없게 되었고,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구조 또한 다시 설계하게 되었다. 안드로이드가 가장 기본적으로 권장하는 아키텍쳐 형태인 도메인 레이어가 빠진 App, Data Layer 만 둔 채 다시 베이직하게 설계했다. 속도와 기술 중에 속도를 중점적으로 생각한 경우였다.
팀원 5명중 4명이 이직준비를 했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기간도 있었지만 매주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꾸준히 진행한 것에 대한 것은 나름 칭찬할만 하다. 올해는 새로운 목표로 새 부스터를 달고 기획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대감이 크다.
돌아본 나
나는 개발과 무관한 일을 하다가 커리어를 변경한 케이스이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볼만큼 조금은 생소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력조차 잊고 지낸지가 오래되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개발자로서의 나'도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 여러번의 면접을 볼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로, '고민이 묻어있던 삶이었던 것 같아요, 쉽지 않았을텐데' 와 같은 말들이었다. '음..그랬었지' 하며 잊었던 지난날들의 발자국들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지금 회사의 마지막 면접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단비님은 자신의 마음이 기울이는 소리를 잘 듣고 행동하는 사람같다.' 마지막 면접 시간은 길지 않았음에도 나를 잘 보았다는 생각에 찌릿했던 것 같다. 나 또한 면접동안 나라는 사람을 잘 보여주고, 그것을 또 잘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글을 쓰는 지금 순간까지도 그 순간 순간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어떻게 장애를 전파하였는가 (2) (2) | 2023.10.08 |
---|---|
나는 어떻게 장애를 전파하였는가 (1) (1) | 2023.10.07 |